끝까지

사람이라는 존재에게는 언젠가 끝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그것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언젠가는 그것이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죽음이든, 이별이든,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끝이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은, 언젠가 있을 끝을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끝나는 그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포기하지는 않았어도, 결과적으로 포기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끝까지 이루지 못했다는 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을 다른 말로 바꾸자면, 이룰 수 없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즉, 중요한 것은 끝이 있고 없고가 아니라, 포기를 하느냐 마느냐이다. 이룰 수 없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루는 것과 상관 없이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이고, 무언가를 이루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포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포기한 것처럼 보여도, 그것은 포기하지 않은 것이 된다.

우.생.순. 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결국 주인공들은 은메달을 따는 데에 그쳤고, 결과적으로 이루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목표가 금메달이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포기했기 때문에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는 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초점을 맞춘 말이다. 결과적으로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고 할지라도. 비록 그 "끝"에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끝과 상관 없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지탱해 주는 건, 언제가 될지 모를 그 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되는 것에 대한 기다림과 소망이다. 기다림과 소망은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나갈 힘이 된다. 그것이 이루지 못할 꿈이라고 할지라도.

Dev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