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새벽

화요일 늦은 밤이지만... 날짜상으로는 수요일이다. 이렇게 잠을 안 자고 하루가 지나간 다음 날, 새벽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이르고, 그 전날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경우에는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제 어느 정도 틀을 갖추어 간다. 그렇다고 해도, 테스트 버전을 런칭한 후에는 할 일이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물론. 조금 미루고 일단 여행을 떠날거다. 여러 가지 상황이 도저히 떠날 수 없게 하지만. 그러니까, 더욱 여행을 떠날거다. 상황이 어려울 땐, 진흙 구덩이처럼 뒤죽박죽인 상태일 땐, 벗어날 필요도 있으니까.

캄캄한 베란다 옆 숲에서 어슬렁 거리는 코요테 한 마리를 보았다. 아마도 근처에 있는 토끼나 다람쥐를 잡으러 다니는가 보다. 날이 춥다고 웅크리고 있으면 분명 굶게 될 테니까. 그게 사는 이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는 이치와 실제 삶과는 사실 많이 다르다.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대부분의 문제는 소통의 문제이다. 내가 A 라고 말하면, a로 알아듣거나, B로 알아듣기도 하고, 나 역시 다른 사람의 표현을 그렇게 잘못 알아들을 때가 있다.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그들과 소통하려면, 그들의 언어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그들의 언어로 얘기해야 한다. 예전에 본 '말아톤'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과의 소통이 가능하게 한 매개는 쵸코파이였고, 그것이 그만의 언어였다. 따지고 보면, 세상 모든 사람은 저마다 어느 정도의 자폐적인 경향을 지닌다. 모두들 자기들만의 세상이 있고, 그 안에서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생기게 된다.

의사소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확한' 언어가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솔직함'이다. 솔직하지 않으면 표현이 모호해진다. 사람이 솔직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가 만들어 놓은 세상의 어느 한 쪽이 허물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다. 세상에서 솔직함은 실패와 직결이 된다. 그게 세상 이치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거나 아직 세상을 모르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솔직하게 되면, 사람들은 등을 돌리거나, 그 사람을 이용한다.

그러한 세상 이치와 다르게 살아가는 게 신앙인이다. 그래서 손해 본다. 그래서 사실. 망하기도 한다. 누가 말하듯, 정직하게 했더니 성공하더라 라고 말하는 사람 뒤에는 그렇게 해서 실패한 몇 곱절의 사람들이 감추어져 있다. 반대로 정말로 그렇게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성공이나 실패가 아니라, 세상 이치와 다르게, 믿음으로 살아가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은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에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것으로 주어진다.

소통의 문제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솔직함 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세상이기 때문에 문제는 늘 상존하게 되어 있다. 어느 조직에서 원활한 소통과, 직업적 성취를 동시에 추구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그들이 말하는 원활한 소통이란, 철저하게 관리자의 이윤과 성공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일 뿐이다. 그러한 목적을 조금이라도 위협하는 솔직함을 지닌 '순진한' 사람은, 어느새 도태되게 되어 있다.

그래도 나는, 세상 이치와 다르게 살아가고 싶다. 왜냐하면 내가 추구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그런 성취나 성공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상 밖의 보상, 상상할 수도 없는 또 다른 가치.

하지만 그래서 아프고, 그렇지 못해서 답답할 뿐이다.

Dev (0.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