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난과 핍박 중에도 / Recording on 2009.02.04

나카노네 고만물상

약간 따뜻한 바람이 불어 오는 오후 아나엘의 몽환적인 음악과 함께 Cheddar Cheese 맛 Pringles 와 냉장고에서 나온지 한참 되어 물방울이 맺혀 있는 Dr. Pepper 를 홀짝 거리면서 소파에 반쯤 기대어 누워 3분의 1 정도 남은 “나카노네 고만물상”을 다 읽었다. 음료에 비유한다면 미지근하고 연한 녹차 같은 맛. 여느 소설들처럼 플롯이 탄탄하거나 다이내믹한 전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작가의 감정 개입이 거의 없이 잔잔하게 서술해 놓은 그런 소설.

아쿠다가와상을 수상한 ‘가와카미 히로미’라는 사람이 쓴 소설이란다. 

“세상에서 제일로 사랑했어” 혼잣말처럼 웅얼거린 것도 아니요, 크게 소리 지른 것도 아닌, 그냥 이야기하던 끝에 덧붙이듯, 말했다.

“엣?” 하면서 돌아보자 마사요 씨는 표정의 변화 없이, 다시 한 번 “세상에서 제일로 사랑했어.” 하고 반복했다….

“마루야마한테, 그 말, 하지 못했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빠져나간 뒤, 마사요 씨가 작은 소리로 말하고 등을 돌려 걸어갔다.

급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죽은, 오래 전 연인의 장례식장에 다녀 오면서 마사요 씨가 한 말. 아마도 이 부분이 이 소설의 전체 부분에서 가장 감정이 고조된 부분인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단 몇 문장, 몇 마디로 끝을 낸다.

사람의 일생을 생각해 보면, 사실 장황하게 설명을 하는 것보다 한 두 마디의 말로 설명하는 것이 어떤 때에는 더 이해하기가 쉽다. 나는? 나중에 인생이 끝나갈 무렵 지나온 삶을 한 두 마디로 표현하면 어떤 말이 가장 적합할까? ‘살다, 일하다, 죽다’ 가 전부일까? 아니면?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이런 고뇌만이라도 남게 될까? 

다니엘에게 했던 ‘별과 같이 비취리라’ 는 약속. 그 약속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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