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점

초저녁에 쏟아지는 잠을 참지 못해 1시간 여쯤을 자다 일어나 늦은 저녁을 먹고 나서 밤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해 "쌍화점"을 보았다. 바람이 몹시도 부는 밤. 어느덧 시간은 새로운 날을 향해 가고 있다.

왕과 무사와 왕후 간의 지독한 사랑.

감정만 놓고 보면 어느 것에 차이가 있겠나? 외로운 왕의 무사에 대한 집착이든, 무사의 왕후에 대한 거침없는 사랑이든, 왕후의 무사에 대한 애절한 사랑이든. 그렇게 사랑이라 불리우는 그 지독한 감정 때문에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것이 인류의 문화 아니겠나? 그렇게 에로스라 불리우는 사랑은 - C.S.Lewis가 분류한 바대로 - 그렇게 지독하리만큼 전적인 헌신을 요구하고, 대가를 계산하지 말라고 하며, 진심으로 '사랑을 위한' 모든 일을 합리화시키며... 최고 정점에 이르렀을 때 소위 신적인 권위를 주장하게 된다. 때문에 인류가 세워놓은 가치나 진리, 약속들을 비롯해 모든 것들 위에 서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 어떤 것도 '진심으로' 사랑하면 괜찮다. 혹 괜찮지 않다 하더라도, 충분히 그 반작용들을 감당할 각오를 하게 한다. 남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여기면서. 그렇게 모든 것을 던지는 사랑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아름다운 사랑인 동시에, 모든 것을 파괴하는 악마가 되기도 한다. 그것이 신이 될 때.

사랑 뿐만이 아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모든 것들은 그렇게 엄청난 힘이 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동시에,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의지' 마저도 허락하셨고, 하나님이신 예수님을 죽일 수 있게까지 허락하셨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자아가 신이 될 때,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죽이는 악마가 되기도 한다. 스스로 자아를 넘어설 수 없는 것처럼, 사랑도 그렇게 신이 되어 버렸을 때에는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자아가 그런 것처럼, 사랑이 신이 아닌 것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래서 난, 송지효의 눈물을 보며 함께 울었다.

Dev (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