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당신에겐 단 한가지 길밖에는 없습니다.
당신의 마음 깊은 곳 속으로 들어가십시오.
가서 당신에게 글을 쓰도록 명하는 그 근거를 캐보십시오.
그 근거가 당신의 심장 가장 깊은 곳까지 뿌리를 뻗고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글을 쓸 수 없게되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이것을 무엇보다 당신이 맞이하는 밤 중 가장 조용한 시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나는 꼭 글을 써야 하는가?
깊은 곳에서 나오는 답을 얻으려먼 당신의 가슴 깊은 곳으로 파고 들어가십시오.
만약 이에 대한 답이 긍정적으로 나오면, 즉 이 더없이 진지한 질문에 대해 당신이 [써야만 해]라는 강력하고도 짧은 말로 답할 수 있으면, 당신의 삶을 이 필연성에 의거하여 만들어 가십시오.
당신의 삶은 당신의 정말 무심하고 하찮은 시간까지도 이 같은 열망에 대한 표시요 증거가 되어야 합니다.

당신의 일생이 너무 보잘것없어 보인다고 당신의 일상을 탓하지는 마십시오.
오히려 당신 스스로를 질책하십시오.
당신의 일상의 풍요로움을 말로써 불러낼 만큼 아직 당신이 충분한 시인이 되지 못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십시오. 왜냐하면 진정한 창조자에게는 이 세상의 그 무엇도 보잘것없어 보이지 않으며 감흥을 주지 않는 장소란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이렇게 위로하려 애쓰는 이 사람이 당신에게 가끔 위안이 되는 소박하고 조용한 말이나 하면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나의 인생 역시 많은 어려움과 슬픔을 지니고 있으며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뒤쳐져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 사람이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라이너 마리아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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