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내일까지는 춥다가, 수요일부터는 다시 20 여도를 넘는다고 한다.
사막기후라 그런지 겨울철에는 사계절 옷을 다 꺼내놓고 있어야 한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니, 문득 한국의 겨울이 생각난다.
처마 끝에 매달려 있는 고드름에 비친 햇살과, 숨을 들이키면 폐부가 온통 시원해지는 차가운 공기, 거리를 지나다 포장마차에서 호호 불어가며 홀짝이던 오뎅국물, 갑자기 하늘이 잿빛으로 변하고 이내 쏟아지던 함박눈... 아주 오래 전 일인 것 같다.
계절 따라 달라지는 빛깔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한국의 봄은 7년 전 이후로는 느껴본 적이 없다. 아지랭이 피던 잠오는 봄날 오후를 참 좋아했던 것 같다.

여기에도 차가운 바람이 불지만, 한국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북쪽에서 내려온 차가운 바람이, 아무 것도 거칠 것 없는 텍사스의 들판을 지나 순식간에 대지를 싸늘하게 만들다가, 남쪽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공기가 다시 땅을 녹이고, 그 덕에 시도 때도 없이 폭풍이 몰아치기도 한다.
폭풍이 올 때면, 하늘에서 마치 불꽃놀이를 하듯, 좌에서 우로 가르는 무지막지한 번개와, 집이 흔들릴 만큼의 천둥이 치기도 하고, 열대 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열대성 폭우가 쏟아지면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쏟아져 내리기도 한다. 간혹 골프공 크기만한 우박이 내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어디든 지붕이 있는 곳으로 차를 피해 놓아야 유리가 깨지는 걸 막을 수 있다.

날씨가 이렇게 변덕스러울 때는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이 더 그리워 지기도 한다.
사람이란 참 간사한 존재인 것 같다. 한국에 있을 때는 미국의 여유로움이 그리워 지다가, 막상 미국에 있으면 한국의 다양함과 역동적인 분위기가 그립기도 하다. 그 중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건 기후와 음식이다. 유난히 계절의 다양한 변화에 민감한 나는, 햇살이 비치거나 바람이 불 때, 삶의 어느 순간에 느꼈던 일시적인 감정들이 고스란히 되살아 나곤 한다.

오늘도 그랬다.
느즈막한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 문을 열어보니 얼얼한 공기가, 한국에서의 어느 겨울날을 떠오르게 했다.
그러고 보니, 집 앞에 있던 나무가 어느새 앙상한 가지로 남아있다. 저 나무가 감나무라면, 꽁꽁 얼어 있는 홍시가 한 두개 달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홍시 먹고 싶다.
Dev (0.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