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공부하는 게 쉽지 않다. 기억력 때문이 아니라 어릴 때처럼 공부에만 전념할 수 없으니까. 먹고 살기 위해 이것 저것 해야 할 것도 많고, 기억해야 할 것도 많기 때문에. 답답하기 그지 없지만, 나름대로 재미는 있다. 그런 것도 있을 거다. 어릴 때는 그게 살고 죽는 문제처럼 심각했지만, 지금은 적어도 그런 부담은 없으니까. 공부를 공부 자체로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Reformation era 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는데... 정작 내용은 별 내용이 아니지만, 원서로 보려 하니 진도가 안 나가서 무척 갑갑하다. 영어 공부를 하는건지, text 를 보면서 하는 건지 모를 정도다. 둘 다 해야지 뭐.
1000 년 여 세월동안 웅크리고 있던 것들이 루터를 계기로 전 유럽을 대상으로 이런 저런 사건들과 연루되어 터져 나왔다. 에라스무스가 당세기를 "the worst century since Jesus Christ" 라고 했지만, 그만큼 필연적으로 일어나야 할 일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시대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람의 일생 중에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reformation" 이 몇 차례 있다. 개인적으로 청소년기에 그랬고, 학창시절이 그랬으며, 청년기 때도 그랬다. 어떻게 보면 그런 여러 사건들을 거쳐 조금씩 formation 이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이 언젠가는 또 다른 기폭제가 되어서 또 다른 형태의 form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래서 과거도, 현재도, 그리고 그 시간들이 만들어 내는 미래도 더없이 소중하다. 그 전체가 인생이라는 것을 만들어 내니까.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인생이 또 다른 인생의 reformation 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간이 흘러간다. 그리고 인생도 그렇게 흘러간다. 흘러가는 시간 동안에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그 모든 것들이 의미있다. 살아가는 순간 순간이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