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nary to voice, May, 2006

Sonnet XXIX

세상이 많이 변해서 on/off 신호만으로 목소리도, 글도, 영상도 1초 안에 지구를 몇 바퀴 도는 속도로 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덕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편하게 일할 수 있게 되기도 했지만, 아날로그 식의 삶에 대한 동경이 점점 더해 가는 것은 왜일까?

떠올려 보면, 군대에 다녀오기 전까지는 그렇게 '아날로그 식의'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소파에 길게 기대어 누워서 책을 읽는다든가, 기타를 친다든가, 친구와 만나 해저문 도시를 배회하다가 맛있는 음식점에서 사소한 얘기들을 나누고, 당시에는 무척 성행했던 음악사에 들어가서 LP의 틱틱 거리는 구수한 소리를 들으며 드보르작이나 멘델스존의 세레나데나 협주곡을 듣기도 했던.
문득, 그 때의 그런 풀내음 나는 감흥이 떠올라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을 꺼내어 들기도 해보지만, 전자의 속도만큼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 적응해서 살아가노라면, 그런 느릿한 시간들이 사치처럼 느껴져, 몇 장 읽지 못하고 다시 모니터 앞에 앉게 된다.
여전히 자판을 두들기는 것보다, 손에 잉크를 묻혀 가며 다시 채운 만년필을 꺼내 들고 뭔가 끄적거리는 것이 더 좋긴 하지만, 그것도 요즘처럼 -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 바쁜 와중에는 못할 짓이라 여겨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때가 대부분이다.

몇 시간 동안 미친듯이 화면을 보며 일을 하다가, 또 불현듯 그런 야릇한 그리움이 생겨나, 물론 갑자기 어느 부분이 막혀서 일의 흐름이 끊긴 탓이기도 하지만, 읽을거리를 찾아 보다가 Shakespeare 의 Sonnets 를 모아서 정리해 놓은 사이트를 발견했다. 150 편이 넘는 분량의 시들이라 천천히 시간 날 때마다 하나씩 읽어보려고 북마크를 해 두었다. 그리고 1번부터 읽어볼까? 하다가 그 중 그래도 가장 많이 읽히고 유명한 부분이 어디인지 찾다가 29번에 대한 리뷰가 여럿 있는 것을 보고 29번을 선택해서 읽게 되었다. Shakespeare 를 연구한 수많은 사람들만큼 commentary 나 review 를 달 정도는 아니지만... 눈에 띄는 급격한 반전의 수사법이 정말 아름답다... 고 생각했다. Like to the lark at break of day arising ... 전반부의 절망과 너무나도 대조적인 표현... Shakespeare 다운... 좋다!
다른 시들도 천천히 읽어볼테야~!


Sonnets XXIX - Shakespeare

When in disgrace with fortune and men's eyes
I all alone beweep my outcast state,
And trouble deaf heaven with my bootless cries,
And look upon myself, and curse my fate,
Wishing me like to one more rich in hope,
Featured like him, like him with friends possessed,
Desiring this man's art, and that man's scope,
With what I most enjoy contented least;
Yet in these thoughts my self almost despising,
Haply I think on thee, and then my state,
Like to the lark at break of day arising
From sullen earth, sings hymns at heaven's gate;
For thy sweet love remembered such wealth brings
That then I scorn to change my state with k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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