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행복. 그랬다. 예기치 못했던 아름다움에 너무나도 행복했던.
피곤함 속에 보낸 깊은 밤이 지나고 눈을 뜨니 온통 새하얀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5월에!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아기자기하고 예쁜 마을, 반짝이던 눈망울을 가득 채웠던.
하얀 눈 속에, 얼음 같은 시원함과 상쾌함이 피로를 말끔이 씻겨 주었다.
성수기가 지나고 인적없이 한적해서 마치 온 마을의 주인이 된 듯 했던.
Extracted 2nd verse from Jupiter: The Bringer of Jollity, Gustav Holst

Vail, Colorado

Vail, Colorado May 10, 2008

여행을 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예기치 않은 아름다움을 볼 때가 있다.

오래 전 버지니아의 시골길을 운전해서 가다가, 급작스런 폭풍우 뒤 피어 오른 해질녘의 쌍무지개가 그랬고, 여행의 피곤함으로 나른함 속에 달리던 유타의 고속도로에서 바라보던, 온통 구름 낀 하늘 한 곳을 뚫고 산 하나를 통채로 밝게 비추던 눈부시던 오후 햇살이 그랬으며,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폭설이 내리는 깊은 밤에, 온 몸의 신경을 곤두 세우고 천 길 낭떠러지를 옆에 두고 있는 콜로라도의 산 길을 몇 시간이고 헤매이다가 지쳐, 어렵사리 찾아 들어간 호텔밤에서의 피곤한 하룻밤이 지나고, 마치 소설처럼, 동화 속에나 있을 법한 온통 하얗고 예쁜 마을이 그랬다.

겨울철 성수기가 지나고, 조금씩 여름빛으로 물들 무렵인데도, 뒤늦은 폭설로 온통 하얗게 뒤덮인 아침 광경이 얼마나 행복했던지, 지금도 그 느낌이 너무도 생생하다. 그런 낯선 행복이 문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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