켁~ 내리 열 두 시간을 잤다...
자다가 깨어 아직 눈을 감고 있는 몽롱한 상태에서, 나이가 들수록 포기하는 것이 많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그보다는 굳이 삶의 흐름을 거스르려 하지 않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그냥 주어진 대로 살아가겠다는 것은 아니다. 여러 일들을 경험한 후에야, 어떤 일들은 사람의 힘으로 아무리 애를 써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너무도 쉽게 되기도 한다. 그런 것들을 은혜라고 한다.
그래서 아무리 해도 안되는 것들은, 안되는 그 상태 그대로 감사하기로 했다. 어쩌면 그것이 지금 나에게 가장 좋은 상태일 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낙담하거나 포기하지는 않는다. 내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 지금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감사할 뿐이다.
다시 열 두 시간이 지났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는 12시간 밖에 깨어 있지 못했다. 무얼 했을까? 학교에 가서 Registration 하고, 일 하다가, 밥 먹다가, 잠깐 놀다가, 일 하다가... 그닥 기억에 남는 일들은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를 살아내었다.
다시 바람이 엄청스레 불고 있다. 아마도 내일 아침에는 몹시 추울 것 같다. Orientation 때문에 8시까지 가야 하는데... 아침에 추우면 왠지 나가기가 싫어질 것 같다.
옛사랑을 불러 보았다. 이 곡을 쓴 이영훈 씨는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곡을 쓸 때 어떤 생각을 하며 썼는지, 곡의 곳곳에 그 느낌이 묻어 있다. 이문세 씨도 그 느낌을 정말 잘 살려 내었고... 언젠가 나도 젊은 시절의 발자취가 서려 있는 어느 길을 거닐며, 지나간 일을 생각하겠지? 그 때 나는 후회를 할까? 아니면 미소를 지을까? 바라는 건, 젊은 날 보아왔던 각기 다른 계절의 찬란한 햇살이 인생의 황혼에도 그렇게 여운 있게 비춰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어느 아름다운 풍경 가운데, 그렇게 수줍은 햇살이 드러나 있으면 꼭 렌즈에 담아내고 싶은 욕심이 생기곤 한다.
12시다. 자야겠다.